2009년 12월 7일

`아부다비 오일머니`가 두바이 핵심사업 뒷받침





◆ 경제위기속 두바이를 가다 ◆

두바이 모기지社 2곳 아부다비은행서 인수…"건설중인 부동산도 절반은 살것"

크레인과 공사장 인부들로 분주한 두바이 팜 주메이라 인근의 건설현장.

두바이 서쪽 팜 제벨알리 공사현장 인근 고속도로변에는 눈에 확 띄는 글이 들어온다. `홍콩 2배 크기(Twice the size of Hong Kong)`라는 나킬(Nahkeel) 간판은 `워터프런트` 계획을 의미한다. `두바이에 70㎞의 해안선을 더한다`는 광고판은 `아라비안 운하 프로젝트`를 뜻한다.

하지만 실제 용지를 둘러보면 널따란 황무지만 보이고, 내륙 안쪽에는 낙타가 메마른 풀을 찾아 다니는 모습만 비친다. 한눈에도 `개발되기에는 한참 걸리고, 너무 크게 벌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두바이는 인원 감축 바람

=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 아랍에미리트(UAE)도 타격을 피하기는 어렵다. 무디스에 따르면 2008년 6.5%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2.3%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두바이는 10% 이상 성장하다가 뚝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두바이 국내총생산(GDP)에서 30%를 담당했던 부동산 부문이 침체되니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개발을 축소한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인원을 줄이고 있다. 두바이 정부 소유 부동산 개발업체인 나킬이 500명, 민영 개발업체인 타미르와 다막은 각각 180명과 200명을 감원했다. 두바이와 영국 합자사 사마-ECH는 40명을, 이마르는 300명이나 줄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강남훈 경남기업 아부다비지사장은 "금융권에서도 인원 줄이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용 근로자들도 일감이 줄면서 10만명 가까이 두바이를 떠났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축소되거나 연기된 프로젝트도 많다. 야자수 모양인 `팜 주메이라`보다 4배가량 큰 `팜 데이라`는 매립작업이 중단되면서 당장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워터프런트는 사업 규모 축소가 고려되고 있으며, `월드 트레이드 센터`(사업 지연)와 `트럼프 타워`(사업계획 재평가)도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디즈니랜드 8배 크기인 두바이랜드(2억8000만㎡)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2003년 착공된 두바이랜드는 총사업비가 880억달러로 테마파크 4곳, 호텔 55개, 골프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바다 위에 만들어진 월드는 분양률이 70%에 달하는데 공사 인력 수송과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등 산적한 문제가 적지 않다. 한반도를 나타낸 섬은 9000평 크기에 240억원에 매각됐다는 얘기가 있으나 미래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정창길 삼성건설 상무는 "두바이는 지나치게 잘나갔다. 침체기를 겪어봐야 안정도 되고 탄탄해진다. 건설자재와 인력도 너무 과대평가됐는데 조정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 필요한 개발에만 집중

= 삼성건설은 지난해 12월 31일 `팜 주메이라 빌리지센터` 프로젝트를 미화 10억8000만달러(1조4000억원)에 단독 수주했다. 국내 건설업체가 국외 건축 부문에서 수주한 것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총 530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47층 높이 주상복합 2개동을 비롯해 쇼핑몰 백화점 극장 등을 건설하는 복합단지 개발로 5년 후인 2013년 말께 완공된다. 흥미 있는 것은 발주처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킬이라는 것. 팜 주메이라에는 이미 수천 가구가 입주해 있는 만큼 필요한 공사는 계속 추진한다는 의지로 비친다.

그에 앞서 지난해 12월 중순 씨티그룹은 두바이에 8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주로 두바이 공공기금에 투입된다.

두바이가 기대하고 있는 원군은 아부다비다. 부동산 에이전트인 암로 바쉬르 무와피는 "두바이 개발 프로젝트가 모두 이뤄지려면 9000억디람(315조원)가량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따라서 신용위기 속에 모든 개발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두바이는 석유자금이 풍부한 아부다비가 있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서로 도우면서 함께 나아가야 할 동반자로서, 현재 두바이가 건설 중인 부동산 가운데 50%는 아부다비가 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 투명성 확보ㆍ투기 방지 필요

= 두바이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이번 기회에 `투명성 확보와 투기 방지` 등을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바이는 근본적으로 왕정 국가다. 대형 개발업체는 국영이거나 왕족과 관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빠른 사업 진척이 가능하다. 반면에 수요가 없을 때는 쉽게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왕정국가여서 미래 상황 예측도 힘들다. 구매력을 갖춘 외국인이 얼마나 들어와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프리홀드(Freehold) 정책에 변화를 주문했다. 2002년 도입된 `프리홀드`는 99년간 부동산을 임차하면(사실상 사면) 가족에게 거주비자를 발급하는 제도. 그 후 1조달러가량 들어온 것으로 평가되며 그린 커뮤니티, 두바이 마리나, 주메이라 레이크 타운, 아라비안 랜치, 인터내셔널 시티 등이 세워졌다. 3만가구 이상이 프리홀드 정책에 따라 이주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다 2008년 초 부동산 소유주에게 거주비자를 주는 정책이 보류됐다. 실제로 경기 침체와 맞물려 2008년 7~10월에 1000억달러가량 빠져나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프라스트럭처도 문제다.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자체 발전기를 쓰는 곳도 많다. 너무 빠르게 공사가 진행된 데 따른 부작용이다. 따라서 현지에서는 공사가 주춤해진 이번 기회에 재정 자금을 활용해 인프라스트럭처부터 대대적으로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기 방지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분양가격 대비 3~4배 이상으로 거품을 키워놓았던 투기자금이 어느 정도 사라져야 구매력도 안정되고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두바이 =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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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8 17:57:06 입력, 최종수정 2009.01.09 07:3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