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0일

중동의 불길, 북한 흔들진 못할 것

한반도평화포럼 ‘중동의 시민혁명과 한반도’ 토론회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쇄적인 시민혁명은 한반도에는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가? ‘재스민 혁명’은 북한의 3대세습 장기집권 체제의 붕괴에도 영향을 줄 것인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전문가들의 모임인 한반도평화포럼은 8일 서울시 용산구 하이원빌리지에서 ‘중동의 시민혁명과 한반도’라는 주제로 제14회 월례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대표적인 이슬람 학자인 이희수(오른쪽 사진)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와 국제정치 전문가인 문정인(왼쪽)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가 각각 ‘아랍 민주화 시위의 의미와 파장’, ‘중동사태, 나비효과, 그리고 북한’이라는 주제로 중동 혁명에 대해 분석하고 북한의 미래와의 연결점을 짚었다.
 
이희수 교수는 “아랍은 원래 ‘이슬람’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하나의 공동체였지만 개별 국가로 독립하면서 각자 다른 길로 가고 있다”며 중동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개별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 변화의 양상을 실질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보호와 석유 이익을 얻기 위해 절대왕정·독재정권과 손잡은 미국의 중동정책이, 이제껏 22개 아랍국가에서 민주화 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한 근본적 이유라고 봤다. 지금은 그 왜곡됐던 구조가 무너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별 국가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변화의 방향성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가장 왜곡된 체제라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실적으로 변화의 조짐이 적다. 이집트·튀니지·알제리 등 친미적 세속 권위주의 정권의 경우 이슬람 세력이 대안으로 존재하지만, 군부 권위주의가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산유국이거나 왕정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오만·카타르·바레인 등은 체제 변화보다는 개혁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보면, 반미-이슬람-군부 권위주의-부족주의 사이의 방정식”이라며 “현실적으로 가장 강한 대안 세력은 이슬람”이라고 봤다. 집권 이슬람 정당이 유럽연합(EU) 가입 등 서구 세계와 공존하는 정책을 펼치는 터키의 사례를 보면, 이슬람이라는 정체성을 뿌리로 하되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이슬람 민주주의’도 가능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이다. 다만 “이슬람 집권 세력이 등장했을 때 중동 대중들의 반미정서를 어떻게 활용할지,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문정인 교수는 일각에서 나오는 ‘중동 사태가 북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 그는 “북한은 개방 정도가 중동 국가들처럼 높지 않고, 시민사회와 저항의 역사가 전혀 없다. 또 엘리트 집단의 응집력이 중동 국가들보다 훨씬 강하다” 등을 이에 대한 근거로 들었다. 특히 “리비아는 미국에 대항할 때에는 내적 연대가 강고했지만, 미국이 제재를 풀고 투자를 시작한 뒤 무너졌다”고 말했다. 곧 북한은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을 아직도 대내적 통치 명분으로 삼고 있고,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은 북한 체제의 안정을 바라고 있는 등 변혁의 외적 조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 교수는 “시민사회가 서고 정보화 물결이 넘칠 수 있도록 북한의 개혁·개방이 필수”라며 “그러자면 고립·봉쇄·제재가 아니라 교류 협력과 신뢰 구축, 평화 공존의 무드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한겨레신문 (글 최원형 기자,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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