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5일

드디어 공개되는 UAE 유전의 ‘불편한 진실’


야당과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는 도대체 무엇하는 곳인가.

여러 이해가 얽힌 외교적 계약과 관련해서 대통령은 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번에 ‘우리가 확보했다’고 대국민 발표를 했던 UAE 유전(132조원)은 큰 유전만큼이나 국제적인 이해관계자가 너무나 많다. 이 정권은 이를 간과했던 듯 싶다. 우리가 체결한 것은 MOU(양해각서)일 뿐이며 이것이 본 계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수한 난관이 있다.

일단 MOU를 체결해 놓고 ‘유전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사실에 대해서는 일단 국민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길 바란다. 야당과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는 도대체 무엇하는 곳인가. ‘뻥 정권’에 사과조차 요구하지 못한다면 왜 존재하는가.

그런데 이명박 정권의 말처럼 MOU 체결이 본계약으로 이어지면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을 뿐이지 결과적으로 정확한 발표가 아니냐고? 이렇게만 된다면 반대로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 아니다! 여러 정보를 종합해 봤을 때, 우리가 국제적으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본계약 체결’을 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비극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제학 용어로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MOU에서 본계약 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데 대해 이 정권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며, 반대로 MOU가 본계약으로 이어져도 ‘계약의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 즉 실패하든, 계약으로 이어지든 이미 UAE 유전은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이 돼 버렸다.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고? 지금부터 살펴보는 내용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런데 본계약이 체결되는 2014년에는 지금 MOU를 체결한 이명박 정권의 책임자 중 정부에 남아 있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이 주도하지 않고 이명박과 함께 떠날 청와대 미래기획위원회에서 이번 계약을 주관했던 것은 아닌가.

2014년 조광권 재계약, 현 Partner들은 무엇하고 있는가

이명박 정권이 ‘확보했다’고 발표한 유전은 UAE 국영석유회사가 60% 지분을 보유, 나머지 40%를 9.5% 형식으로 엑슨모빌, 쉘, BP, Total, 일본 석유회사 등이 Partner사로 참여하고 있다.

2014년 계약이 만료되는 것을 이들은 지켜만 보고 있을까. 이번 MOU 계약을 주도한 곽승준은 이렇게 말했다. “(석유메이저 회사들은) 계약이 만료되면 다시 재계약 할 수 없다. UAE와 메이저업체들과의 재협상은 이미 늦었다. 내년 이상을 넘어갈 가능성은 석유업계 관례상 어렵다.”

사실이 아니다! 먼저 계약이 만료되면 다시 재계약할 수 없다는 말, 이는 허위사실이다. 美 블룸버그통신은 2010년 11월 2일자로 관련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제목이 ‘Exxon Mobil, Shell, Japan Seek to Extend Abu Dhabi Crude Oil Concession’이다. 제목만 봐도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엑슨모빌 고위관계자는 “재계약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UAE와의 위대한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 생산량을 증량하고 싶지만 기술력이 없어서 못하는 UAE에게 엑슨측은 보유하고 있는 최신 생산기술을 UAE에 제시하며, 라이벌인 BP, 쉘 등의 지분(즉, 40%)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의 E&P 기술을 보유한 회사답게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것이다.

1939년부터 UAE에 진출해 관계를 맺고 있는 쉘은 오랜 Partnership을 믿고 있다. 쉘측은 재계약과 관련해 “우리는 재계약을 간절히 희망하지만, 재계약을 논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다”고 말했다. 위의 곽승준의 말과 너무 다르다. 그는 ‘메이저업체들과의 재협상은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프랑스의 토탈은 재계약을 ‘확신(confident)’한다고까지 말했다. 일본 석유회사는 UAE에 30억달러(3.3조)의 자금을 대여해주었다. 즉, 요약하면 글로벌 메이저석유회사들은 기술력, Partnership, 자금력을 총동원해 재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노력하고 있는 바로 그 계약을 이명박 정권은 지난 13일 UAE 현지에서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UAE의 모든 기준은 ‘가격(Price)’이다!”

기존의 Partner사 외 UAE 유전에 가장 공을 들이는 신규 참여자 중 선두주자는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인 Statoil이다. 이곳은 2010년 8월에 UAE에 지사를 설립하고 최고의 전문가들은 파견해 놓고 있다. 제2의 성장의 돌파구를 UAE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쟁자인 OMV(오스트리아)의 대주주 중 하나가 바로 UAE 국가(Abu Dhabi government)이다. 지난 해 UAE는 OMV의 2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리하면 우리의 경쟁자인 기존의 Partner사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걸고 재계약에 임하고 있으며, 신규 진출을 희망하는 각국의 내노라 하는 국영석유회사들 역시 우리보다 UAE와의 관계는 더욱 오래되고 깊다. 현재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가 그들보다 희망을 걸 수 있는 알파와 오메가는 ‘UAE 원전’ 건설이다. 도대체 어떤 이면계약을 맺었는지 새삼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UAE 유전은 ‘조광권’이라는 Partner사에 대단히 유리한 계약조건으로 인해 세계 모든 나라의 언론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관련된 언론 보도를 보노라면 ‘UAE 유전에 신규 석유회사가 진입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인 듯 싶다. 신규 회사들도 가능할 수 있겠다고 분석가들이 생각하도록 만든 일대 사건이 지난 1월에 있었다. UAE에서는 총 100억달러 규모의 ‘Shah 가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지분 60%는 UAE가 보유하고 나머지 40%를 가질 투자자를 선정하는 내용이었는데, UAE의 오랜 친구인 쉘이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미 독립계 석유회사인 Occidental사가 최종 선정되었다. 시장의 충격은 컸다. Occidental사는 UAE의 새로운 얼굴이었다.

전문가들은 “Occidental사 선정은 UAE에 진출하고자 하는 신규 회사들에게 희망을 주는 내용이며, 기존의 Partner에게 묶이지 않겠다는 신호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바로 이 대목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액슨모빌, 쉘, BP, 토탈 등이 재계약을 원한다면 더욱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한 것이다. Shah 가스 프로젝트에서 쉘의 탈락은 큰 충격을 던져준 것이다.

그리고 Occidental사가 쉘을 꺾은 원동력은 ‘가격’에 있었다. 전문가들은 쉘이 UAE에 제공한 것 이상으로 Occidental사는 UAE의 수익을 보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계약의 주체인 UAE 국영석유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수익보장’을 중시한다. 만일 새로운 기업이 UAE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기존 Partner사보다 더 보장해줘야 한다”며, “결국 ‘가격’이 신규 석유회사의 시장진입을 가능케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정리해 본다. 이명박 정권이 UAE에 가서 MOU를 체결한 것은 분명 나쁘지 않은 계약 체결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나와서 생중계 화면으로 ‘우리가 10억 배럴을 확보했다. 132조원에 해당한다’고 결코 말할 수 없는 내용의 성질이었다. 그냥 가능성이 있는 계약을 맺은 정도였다.

MOU 체결했을 뿐인데도 언론은 이명박을 인간 승리의 주역처럼 묘사했다. 위기 때마다 왕세제에게 7번 친서를 보냈다는 둥 보기 민망할 정도이다. 7번의 편지 가지고 ‘확보’할 수 있다면 노르웨이 왕족이라고 왜 못했겠는가. 진실에도 접근하지 못한 보도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명박의 업적을 과잉 홍보하는 과정에서 ‘기존 Partner사는 재계약하지 못하고, 하려 해도 이미 늦었다’는 거짓까지 보태야 했다.

현재 우리는 유전을 확보 못했다. MOU 체결 상태를 가지고 ‘확보’했다고 하는 것은 하늘을 속이는 일이다. 우리의 가장 큰 경쟁자이자 현재 선두주자인 기존 Partner사는 사활을 걸고 재협상에 임하고 있다. 그리고 Occidental사의 경우로 더 많은 ‘수익보장’을 UAE에 해줘야 계약이 될 것이라고 시장 참가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본계약에 성공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좋아할 수만은 없다. UAE에게 얼마의 ‘수익보장’을 해줬는지 계약의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 ‘승자의 저주’는 석유시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이론임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 인터넷 뉴스 '신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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